지나가는 동물의 몸에 닿기만 하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고 만다는 식물이 있다.  '우츄프라카치아'라는 식물인데,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에 서식한다고 되어있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 식물이 결벽증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고 여기저기 이야기를 옮기나보다. 정말로 이 식물이 그래서 그럴까 알 수는 없지만...

  결벽증이란 강박신경증의 일종으로 통상적인 깨끗함의 기준을 넘어서 자신과 타인의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청결을 추구한다는데 문제를 안고 있는 증세다. 완벽주의거나 소심한 사람, 또는 신경계 일부에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잘 나타나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타인의 불편함도 문제이려니와 자신에게는 하고 싶지 않아도 그 일을 반복해야하는, 반복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괴로움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리라.

  대개의 결벽증이 세균 따위나 더러운 물체가 자신을 침범한다는데 강박증을 가지는 것에 반해 때로는 타인의 육체에 거부감을 보이는 이종단백질(異種蛋白質) 조직차원의 결벽증도 있다. 남녀간에 이런 결벽증이 작용한다면 부부간에 섹스 거부증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섹스 거부증은 신체적 또는 성적 학대나 어린 시절의 충격 등으로 일어나는 것이 알고 있으나 더러는 이런 결벽증의 결과로 생기기도 한다. 

  인체의 단위세포는 이종단백질을 거부한다. 자신과 동종의 세포가 아니면 밀어내거나 사멸시켜버리는 것들이다. 사람이 타인의 기관을 이식 받거나 수혈 등에 거부반응을 나타내는 경우가 이것이다.

  딱 맞는 비유는 아닌 것 같으나 이 섹스거부증의 예도 그러한 결벽증으로 나타나 타인의 신체를, 조직을 터부시하고 더 나아가 정신적으로도 거부해버리는 심리작용의 결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상대의 인체가 자신에게 닿는 것에서부터 타액, 정액, 체액들이 자신의 몸  속에 들어온다는 것을 싫어해 스킨터치나 키스, 섹스를 멀리하게 되고 그 결과 타인을 잃고 사랑을 잃고 자신마저 잃어버리는 결과를 가져오고야 만다. 이들의 몸 속 어딘가에 우츄프라카치아는 자라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 식물을 오랫동안 연구한 박사의 말을 보자. 우츄프라카치아는 한사람이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고 계속 만져주면 생생하게 본래의 건강한 모습으로 되돌아간다고 한다. 사랑의 감정으로 그 결벽증이 고쳐졌다는 이야기다. 아니면 본래의 그 식물은 결벽증이 아니라 고독증을 앓고 있었다는 풀이도 가능하다. 
 

  사람도 그럴 것이다. 그 사람은 결벽증이 아니라 심한 고독증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냥 한번 건드려본다거나  동물적 쾌락의 목적으로 육체를 탐하는 것이 아니라, 스킨쉽이나 섹스가 이성에 대한 진정한 사랑의 표현방식이라는 인식을 심어 줄 수만 있다면, 우츄푸라카치아가 다시 살아나듯이 육체의 문도 절로 열릴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