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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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연인인가? 섹스 파트너 인가?
나는 연인인가? 섹스 파트너 인가?

 

서로의 심장 소리에 놀라 얼굴 붉히던 때가 언제던가. 이젠 날짜가 아닌 햇수로 만난 날을 기념해야 하는 오래된 연인. 가끔은 내가 그의 연인인지 고정적인 섹스 파트너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그의 말과 행동, 그리고 침대에서의 태도로 알아보는 현재 내 위치.

더 이상 칭찬하지 않는다 “세상에서 네가 제일 예뻐.” 낯간지럽지만 듣기에 달콤했던 칭찬을 들어본 지 오래다. “솔직히 네가 예쁜 얼굴은 아니지.” 아예 톡 까놓고 이야기한다. 뿐만 아니다. 새로 장만한 멋진 롱 부츠에 가죽 미니스커트, 광고 비주얼을 따라 한 트렌디 메이크업까지. 예전 같으면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고 예뻐 죽겠다는 듯 입까지 맞춰줬을 것들에 대해 무심히 넘어간다. 단 한마디 말도 없이. 당신의 콤플렉스를 들춘다 당신의 몸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를 하려 한다면 그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당신의 몸을 보며 “배가 이게 뭐냐? 인격이냐?” “발목 봐라. 코끼리가 형님, 하겠다.”식의 얘기를 한다면 그는 당신의 기분 따위는 전혀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점점 돈을 아낀다 결혼을 준비하거나 알뜰하게 살려는 것이라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겠지만, 그런 기특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요즘 부쩍 나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커플링도 여기저기 상처가 나서 바꿀 때가 지났고, 생일 선물이라고 준 것도 보아하니 어디 초등학교 앞 팬시점에서 대충 골라잡은 것 같다.

 

이미 잡은 물고기에겐 미끼를 주지 않는 법. 싫다는 게 많고 게을러진다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해도, 교외에 드라이브를 가자 해도 그는 늘 싫다고, 귀찮다고, 피곤하다고 한다. 주말에 만나기로 약속할 때, 분명 나는 “내일 영화 보자”라고 들었는데 그는 “내일 시간 나면 영화 보자”라고 말했다고 우긴다.
 
먼저 전화하는 법이 없다 내가 연락을 안 하면 절대로 먼저 연락하는 법이 없다. 일주일에 한두 번 의례적인 데이트 약속 이외엔 전화 통화하는 일이 없어졌다. 전에는 며칠 전에 미리 약속을 하고 나서 데이트를 했는데 요즘엔 그저 그가 내키는 대로 와서 데이트를 시작한다.
 
예전 여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헤어진 연인에 대한 얘기라면, 이제까지 당신이나 그나 짧은 몇 마디로 간단히 언급하고 얼버무리듯 넘기기에 바빴다. 그런데 갑자기, 그가 자신의 옛 여자들에 대해 자꾸 얘기를 꺼낸다. 마치 그녀들과의 재결합이라도 계획하고 있는 사람처럼.
 
절대 확신을 주지 않는다 사귄 시간도 꽤 되고 이쯤 되면 결혼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한데 좀처럼 그에게선 아무런 말이 없다. “우리 앞날은 어떨까?” 조심스럽게 물어도 “그야 모르지. 사람 일을 어떻게 알겠어?” 라며 애매하게 말을 끝낸다.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애써 주제를 바꾸려 한다.
 
그만의 비밀이 많다 신중해 보이는 것과 헷갈릴 수도 있지만 오래된 연인이라면 그 정도는 판단할 터. 그가 애매한 표정으로 뭔가 확실하게 말하지 않는 것 같다면 면밀히 관찰하라. 신중해서 그런 것인지, 귀찮아하는 것인지, 솔직하지 못한 것인지. 치사하지만 그의 지갑이나 핸드폰을 한 번 열어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주 데이트 장소가 여관이다 처음엔 여기저기 좋다는 곳, 맛있다는 곳은 다 찾아 다녔는데 요즘 데이트 코스는 오직 숙박업소다. 그것도 예전처럼 경치 좋은 교외가 아닌, 도심 한가운데 불야성을 이룬 여관 골목. 둘이 같이 있는 시간은 거의 침대 위에서인 것 같다.
 
섹스를 쉽게 요구한다 그저 당신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던 그. 자신의 쾌락보다는 항상 당신을 먼저 생각하며 당신과 살을 맞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받았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섹스를 너무 쉽게 요구하기 시작한다. 특히 당신이 거부하는 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계속 시도하거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며 오히려 화를 낸다.
 
직접적으로 표현한다 처음엔 잔뜩 긴장한 상태로 용기 내어 말하거나, 어렵게 간접적인 표현을 쓰던 그. 그러나 요즘엔 쑥스러운 것도 모르는지 분위기나 장소 등을 고려하지 않고 노골적으로 섹스에 관심을 나타내게 된다. “어디 가서 좀 쉬고 가자” 또는 “여관 가자” “한번 하나?”라는 민망하리만치 직접적인 표현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특히 술에 취한 상태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섹스하자”라는 말과 같다.
 
● 지나치게 집착할 때. 그녀는 사랑과 집착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따진다. 답답하고 짜증 나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다. 


● 도무지 감추는 게 없다. 부끄러워하는 구석도 없다. 내 앞에서 코를 후비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방귀를 뀌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가족보다 더하다.


● 마치 마누라인 것처럼 행세하려고 한다. 회사에서 놀러 가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하고, 내 지갑 사정을 시시콜콜 다 참견하려고 든다. 


● 사랑을 표현하지 않는다. 예쁜 포장지 속의 초콜릿이나 작은 시집 같은 것은 받아본 지 오래다. 애틋한 사랑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 


● 더 이상 내가 하는 일에 관심도 없고, 이해하려 들지도 않는다. 처음에야 모든 게 다 좋아서 관심이 많았지만 이젠 힘들 때 위로는커녕 “그러게 누가 그런 거 하랬어?” 정 떨어진다. 


●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허세가 심하다. 돈이 없어도 명품을 고집하고, 분식집엔 들어가지도 않는다. 남자가 봉도 아니고, 과연 내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여자인지 의심스럽다. 


● 너무 바라는 것이 많다. 능력 있는 남자와 늘 비교되어야 하고, 그럴 때마다 자존심이 상한다. 날 사랑하는 것인지, 그녀의 이상형에 날 끼워 맞추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 능력 없는 그녀가 부담스럽다. 결국 결혼을 하면 맞벌이로 살아야 할 텐데 백수인 그녀는 결혼과 함께 집안에 들어앉을 눈치다. 평생 가족 부양만 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 


● 더 이상 내 말을 믿으려 들지 않는다. 야근이라고 해도 ‘어디선가 술 먹겠지’ 하고 여기는 눈치다. 완전히 신용불량 상태다. 할 수만 있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다.


● 이래도 흥, 저래도 흥. 도무지 자기 주장이 없다. 너무 제멋대로인 것도 문제지만 자기 의견이 없는 여자는 답답하다. 날 존중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매력이 없다. 


● 서로에게 익숙해졌다고 아무렇게나 하고 다닌다. 머리는 감지 않아 늘 모자 차림이고, 가끔 속옷에선 퀴퀴한 냄새도 난다. 길을 걷다가 상큼한 비누 냄새가 나는 여자에게 자연스레 눈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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