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동안 만나게 되는 사람들 중에서 부부만큼 가까웠다가 또 반대로 한없이 멀어질 수 있는 인간관계도 없지 않을까. 그래서 부부의 촌수를 따지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부부관계의 좋고 나쁨을 알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그 부부의 대화 태도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화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첫째로 대화는 반드시 말로만 행해지는 것만이 아니다.
말로는 좋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내켜 하지 않으면 그 마음이 표정이나 행동에서 드러나기 마련이다. 특히 부부처럼 가까운 사이에서는 감추고 싶은 감정이 말이나 표정처럼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부지불식간에 상대에게 전달되는 수가 있다. 이런 예는 외도를 저지르는 남편이 아내를 속이려고 할 때 분명히 볼 수 있다.
남편이 그럴 듯한 거짓말로 아내를 속이고 아내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 경우라도, 그 아내는 자기도 모르게 뭔가 불편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경우들이 흔히 있다.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는 말이지만, 좋은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말과 행동뿐 아니라 나아가 마음까지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마음에서 내키지 않는다면 배우자에게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밝히는 것이 좋다. 상대는 당장은 반발할 수도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하는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둘째로 사람이 하는 말은 그 사람의 행동을 결정짓는 힘이 있다.
더러는 마음에 없는 말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전혀 근거 없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는 않는 법이다. 또 사람의 마음에는 상반되는 요소들이 섞여있어서 어느 것이 진심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 하는 말에 따라 그 사람의 행동이 달라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따라서 이런 점을 역으로 이용하면, 현재 사이가 나쁜 부부라도 서로 할 말을 신중하게 선택하면 두 사람의 향후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비록 외도를 했더라도 '아내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는 남편과 '아내가 꼴도 보기 싫다'고 말하는 남편은 그 결말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부부관계에 대하여 긍정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은 당장은 자신의 잘못된 감정을 추스르지는 못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정상을 회복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말이 신빙성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당연하다.
대화는 그 내용과는 별도로 자신과 상대와의 역할관계를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