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4일 저녁. 수많은 커플들이 하하호호 손에 손을 잡고 그 다음날 아침에 퇴실할 각오로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던 바로 그 날.
올해도 이렇게 끝나는 것인가...추위와 외로움에 홀로 몸을 떨고 있던 나는 회사로부터 한 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바로 클럽 베라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연다는 것.
아아...이 세상에 신은 존재했구나...왠지 모를 안심감과 행복감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면서, 내 뺨을 타고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년에도 착한 어른이로 살아야겠다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나는 클럽 베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베라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파티가 한창인 무렵. 음악의 연금술사 DJ가 만들어내는 선율이 스피커를 타고 사방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클럽 안은 그야말로 인산인해. 오오...이건 크리스마스 이브를 외롭게 보낼 뻔 했던 나를 위한 산타의 선물인가!
직원들도 산타 복장으로 단장하고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자네, 왼손이 좀 민망한 데 있지 않은가?
이미 한바탕 놀 거 놀고 잡담과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조금만 더 일찍 파티 정보를 접했더라면, 조금만 더 일찍 클럽에 도착했더라면, 이들과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운 기분도 들었다.
저기...다리 아프시면 제가 주물러 드릴까요? 헤헷♡
.............
산타 하라부지, 내녀내도 차카게 살게ㅤㅉㅠㅂ니다(꾸벅)
도착했을 때는 이미 파티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는 사실에서, 나는 이 비극을 진작에 눈치챘어야만 했다.
뒤통수를 타고 흐르는 불길한 예감...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아찔한 탄식...
익숙한 느낌에 주위를 둘러보니, 몇몇 남녀가 그윽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이건 설마...!?
아...아아아...아아아아아......
흐...흥! 하나도 안 부러워! 부럽지 않다고! 나도 내년에는 반드시...반드시...orz
그런 나를 불쌍히 여겼는지, 몇몇 마음씨 좋은 여성 분들께서 포토 타임에 응해주셨다.
이런 경험은 처음인지 다소 긴장한 표정들이었지만, 괜찮습니다. 제가 부드럽게 살살 리드 잘 해드릴게요♡
모델들이 너무 긴장했다고 판단했는지, 세상에서 제일 마음씨 좋고 잘 생긴 코리안 산타가 나타나 다양한 제스처로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을 선물했다.
...이렇게만 쓰면 살려준다고 하셨죠?
"웃어"
"...네"
역시 산타는 어른이들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존재로구나(영혼없는 한 마디)
몇 방울의 알콜이 몸 속으로 들어가자, 다소 쭈뼛거리던 사람들도 훨씬 서글서글해진 느낌이었다.
저기 오늘 밤 시간 좀...
아...약속 있으시다구요? 네...ㅠㅠ
가슴 두근거리는 새로운 만남은 없었지만, 이런 예술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주어지기에 클럽은 재미있는 것 같다.
아아...너무 좋다...
이 술은 나의 피이니 너희는 이를 감사히 받아 먹을지어다.
여자분 너무 느끼시는 것 같은데...
"......떫냐?"
"......아뇨"
이분은 지난 1년 동안 어떤 죄를 지었길래...
선물이라는 말에 벌떼처럼 몰려드는 사람들. 오고 가는 선물 속에 싹트는 우정과 사랑...
2016년을 감동적으로 마무리 할 아름다운 인연이 싹트길 바랍니다.
이분 이거 아까부터 행동 하나하나마다 사심이 가득해!!
순수한 마음으로 파티를 즐기는 모습들을 보니, 우울했던 내 마음의 먹구름도 싹 걷히는 것 같았다. 분명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기분이지 않았을까?
올 겨울이 그다지 춥지 않은 것은, 이렇게 화끈한 복장과 몸매의 소유자들이 한 곳에 모여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선을 사로잡는 여성분 발견! 복장이며 가슴하며 허벅지 하며...그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동양미에 내 미적 감각이 한층 향상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파티란, 예상하지 못했을 때 더욱 반갑고 즐거운 법. 쓸쓸하게 보낼 줄 알았던 크리스마스 이브에 날아든 뜨겁고 시끌벅적한 파티로의 초대장은, 2016년 한 해를 정리할 기회를 마련해줌과 동시에 2017년 새해를 맞이할 수 있는 힘을 내게 제공해주었다.
아디오스, 2016년! 그리고 웰컴 2017년! 새해에도 바나나몰과 클럽 베라는 변함없이 그곳에서 사람들과 희노애락을 함께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