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0월 8일 저녁.
클럽 베라 안으로 들어서자 가슴 두근거리는 뜨거운 김이 내게로 확 밀려들었다.
남녀가 이성의 끈을 놓고 하나가 되는 순간...레드 파티는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
퇴폐적인 붉은 광선이 어지럽게 춤을 추는 가운데, 수많은 남녀가 벌써부터 내면의 본능을 발산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니...파티에 늦은 건 오히려 내 쪽인가?
이제는 전혀 낯설지 않은 금발 누님들의 모습.
홍대 클럽의 성장세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부럽지 않아 부럽지 않아 부럽지 않아 부럽지 않(하략
조금만 더 일찍 왔으면 저 자리에 내가 서있었을텐데!
서둘러 주위를 둘러보며 로또 당첨의 기회를 노려보았다.
춤추는 여인들을 향해 밀려드는 늑대들.
나도 술기운의 도움을 받은 한 마리 야수가 되어 광란의 춤사위에 동참했다.
바나나몰 증정품을 손에 들고 저마다 멋진 포즈를 취해주는 사람들.
마지막 사진의 서양 누님의 은근한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같이 써보지 않겠느냐' 라는...
......왜 하필 무슨 약속 있을 때만!!!
....................
거기가 팔뚝만하시다고요? 네 정말 부럽군요 네(국어책 읽기).
현란한 디제잉과 함께 배포되는 바나나몰 피임도구들.
궁극의 쾌락에는 언제나 책임이 따르는 법.
좋은 음악에는 술이 빠질 수 없고, 술기운이 오르면 가무가 빠질 수 없다.
남자의 봉춤은 좀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바로 분위기.
지금은 성별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즐기면 되니까 말이다.
시간이 지나자 의기투합한 사람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부러워 하는 내 표정을 읽은 걸까. 피사체의 모습이 좀 더 역동적이게 느껴졌다.
오늘만 날은 아니잖아? 이런 날도 있는 거지(눈물 쓱).
어, 이분...어느새 여자가 바뀌......
이런 기만자 같으니!!
토요일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져 가고, 밤은 더욱 깊어만 간다.
이제는 주변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몸을 더듬으며 플러스 알파의 무언가를 갈구하는 그들.
비 내리는 질척한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 정말로 즐겁게 몸과 마음을 부벼댄 밤이었다. 지난 9월과 비교해서도 규모면에서 더욱 거대해진 느낌. 이 클럽 이벤트를 이태원까지 진출시켜 보는게 어떻겠냐는 소감을 지난 파티 후기에 남긴 적이 있는데, 이 정도라면 홍대가 이태원을 능가하는 새로운 클럽 문화의 메카가 되는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바나나몰 클럽 이벤트, 앞으로도 기대해볼만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