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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연재

[SM 자유정보공간] [SM정보] 페티쉬 마니아, 페티쉬 bar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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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48명 읽음
 

페티시즘이란 이성의 특정 신체 부위 혹은 착용하는 물건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정신의학적으로 성욕 도착증으로도 불리는 이와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지금껏 우리사회에서 대개 '변태 성욕자'로 치부당해 온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최근 페티시 마니아를 자처하는 이들이 '그들만의' 온라인 공간을 벗어나 바깥으로 나오고 있다. 페티시를 타깃으로 하는 비밀 바(bar)나 룸살롱, 이미지업소, 안마업소들이 유흥가에 은밀히 자리 잡고 있는 것. 특히 페티시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진 강남을 중심으로 한 서울시내의 '유명' 업소들은 전국에 산재한 페티시 마니아들의 원정 행렬까지 이어진다.

  그렇다면 페티시 마니아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실제 그들이 즐겨 찾는 업소 주변에서 만난 마니아들은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으며, 정상적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하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올 정도. 하지만 그들만의 은밀한 공간에서는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이미지클럽을 찾았다. 거기 업소 관계자로부터 자칭 'vip고객'이라는 a 씨를 소개받았다. 그는 40대 후반으로 국영기업체에 근무하고 있으며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페티시즘 관련 비밀동호회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a 씨는 "페티시즘은 남자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겪는 홍역 같은 것"이라며 나름대로 페티시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시작했다. 그는 "어릴 적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페티시즘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어릴 적엔 이웃집 마당에 걸린 여성 속옷을 훔쳐다가 자위를 하는 애들도 많았다. 그것 역시 일종의 페티시"라고 밝혔다.

  이때 대화에 끼어든 이 업소의 주인 b 씨는 "우리 업소의 주요 단골 고객 중의 한 분은 자신이 유치원에 다니던 어린 시절 놀이 도중에 우연히 유치원 선생님의 스타킹에 손을 스치면서 느낀 감정이 지금까지 또렷하고 남아있다고 한다. 그는 나름대로 그것이 자신의 페티시즘 입문기라고 소개했다"고 전하기도.

  a 씨는 "사람마다 느끼는 부위는 다르다. 대개 시작은 가슴이지만 여자를 알면서 특정부위로 옮겨가 마니아 양상을 띠게 된다"고 밝혔다. a 씨 역시 자신이 탐닉하는 부분은 가슴이라고 한다. 좋아하는 가슴의 모양을 손짓으로 표현하며 자세하게 묘사하는 모양새가 나름대로 이 방면의 '선수' 다웠다. 그는 여자보다 여자의 몸을 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가 운영하는 페티시즘 동호회 회원들의 취향도 제각각이어서 가슴이 제일 많고, 이어 다리, 엉덩이, 목덜미, 더 나아가서는 발뒤꿈치와 발가락, 스타킹 신은 다리 등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심지어는 여성의 긴 생머리라든가, 빨간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에 집착하는 그야말로 페티시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변태'로 통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라고 한다.

  a 씨는 "페티시의 묘미는 몰래 훔쳐보기"라고 단정했다. 페티시 룸살롱으로 알려진 한 업소의 영업상무 c 씨는 "우리 업소를 즐겨 찾는 손님 중에 비가 오는 날이면 가끔 혼자서 찾아와선 아가씨를 테이블 위에 올라가게 한 채 속옷을 내리게 하고 그 부분을 보면서 혼자서 술을 마시며 즐거워하는 이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고 보면 페티시즘은 일종의 관음증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셈이다.

  c 씨는 "훔쳐보는 것이 더 자극적이다. 다 드러낸 것보다 감춰진 부분에 더 흥분하고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직접적으로 성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개 망사스타킹이나 망사팬티 그런 부분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감춰진 것을 보고 상상하는 것에 더 큰 즐거움을 얻는 셈"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여성의 한 부위를 보고 상상의 나래를 편 채 나름의 스토리를 짜며 자신을 흥분의 상태로 몰아간다. 예를 들어 여성의 다리에 집착하는 이들의 경우, 다리를 보고, 짧은 치마도 입혀보고, 치마를 들춰 손 한번 집어넣어 만지는 등의 과정을 상상하며 자위를 하기도 한다는 것. 이것이 서울에만 10여 개에 이르는 페티시 업소 혹은 이미지업소가 각각 나름의 수요층을 확보한 채 지금도 성업 중인 이유이기도 하다는 전언이다.

  얼마 전 경찰의 단속에 적발된 바 있는 강남의 몇몇 안마시술소와 일반 오피스텔의 윤락 행위는 이 같은 상황을 잘 반영한다. 이곳의 업주들은 고용한 윤락 여성들에게 교복이나 승무원복 경찰복 등 다양한 형태의 유니폼을 입히는 콘셉트를 홍보 전략으로 삼아 빠르게 입소문을 내어 일 년에 약 100억 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런 업소에도 어김없이 페티시 마니아들의 방문은 이어지는 것이다.

  이들의 훔쳐보기 욕구는 인터넷과 '디카'(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면서 유흥가에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기도 한다. 페티시 관련 업소를 공간으로 삼아 떳떳이 자신의 성향을 공개하고 제각기 페티시와 관련된 자신만의 애장품을 페티시 사이트에서 함께 공유하는 것이다. 또 회원 중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작은 모임을 따로 갖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a 씨가 운영하는 모임 공간 역시 이런 과정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우리 모임은 페티시 중에서도 스타킹에 관심이 많다. 처음에는 다섯 명 정도 아는 사람끼리 만든 친목 도모의 공간이었다. 그러다가 같은 취향을 가진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합류하면서 회원 수가 조금씩 늘어나 지금은 20명 정도 된다. 우리 클럽은 서로 감정을 편하게 표출하고 시내 곳곳의 페티시 관련 업소들의 정보도 나누고 그 업소에서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공간이다. 사진이 유출되면 곤란한 점이 많아서 철저하게 비밀클럽으로 운영 중이다."

  a 씨가 전하는 동호회 활동은 의외로 다양하다. 룸살롱도 함께 간다. 그들이 가면 그 업소에서는 반드시 스타킹을 착용한 아가씨들을 넣어줄 정도로 이들의 성향을 잘 안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치 사진 동호회처럼 가끔씩 늘씬한 여성 모델을 섭외하여 스튜디오를 빌려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물론 이때 모델 역시 반드시 스타킹을 착용해야 함은 당연하다.

  a 씨는 아내와 두 딸을 두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가끔씩 카메라를 들고 나갈 때면 가족들은 그저 "아빠가 사진 찍는 취미를 갖고 있다"는 정도의 인식만 할 뿐, 아직 자신의 페티시 성향은 아내에게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페티시즘이 단지 남자들에게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여자들도 꽃미남의 용모나 근육질 몸매를 보고 만지는 것에 쾌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지 않나. 내 생각엔 그것도 넓은 의미로 보면 일종의 페티시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업소 주인과의 인터뷰 대신 자청해 인터뷰에 응해준 a 씨가 내내 강조한 것은 "우리들은 절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것. 다만 스스로 쾌감을 찾아 즐길 뿐이라고 한다. 실제로 그의 동호회 회원 대부분은 정상적으로 여자 친구도 사귀고, 결혼생활도 유지하며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우리를 여전히 변태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페티시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본능이라 생각한다. 짐짓 아닌 체하거나 정확한 인식을 못하고 있을 뿐, 우리 주변에는 페티시적 성향을 가진 이들이 상당히 많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페티시즘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그저 변태적인 취향을 가진 추잡하고 비틀린 욕정으로만 가득 찬 사람들로 매도하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서구의 여러 연구결과를 예로 들며 실제 학력이나 생활수준이 높을수록 페티시에 더 집착하는 사례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일정 부분은 a 씨의 항변이 귀에 와 닿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페티시즘에 집착하는 이들의 취향을 노린 유흥가의 윤락 범죄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페티시 마니아들은 비정상과 정상, 변태와 취미의 사이를 아찔하게 오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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