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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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여자의 배째라 복수전
이별 후 여자의 배째라 복수전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은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겹게 들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실제 사례를 접하고 나면 섬뜩해지는 마음. 역시, 여자는 무서운 존재다. 물론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서리가 내릴 만도 하다. 어쩌면 세상에는 그리도 나쁜 남자가 많은 지, 여자의 순정을 갈기갈기 짓밟은 못 돼먹은 놈들이 허다하지만 그래도 드는 생각.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다. 남겨진 여자, 얼마나 한으로 남았길래?


  한 여자가 한 남자를 만난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얻기 위해 별별 노력을 다 한다. 사랑이란 말은 넘쳐 나고, 머슴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넌 이제 내 생에 마지막 내 여자’라는 말에 여자는 황홀감마저 든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단 한 사람이 된다는 것, 그 달콤함에 넘어가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 특별함은 금세, 과거로 전락하고 만다. ‘특별한’이 아니라 ‘특별했던’ 혹은 ‘특별하게 보였던’ 사랑이 되고야 마는 것이다.

  여자는 생각한다.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충격이 크면 클수록 여자의 순정은 독기로 변모한다. 자, 이제부터 무시무시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나를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어차피 바짓가랑이를 붙잡아도 돌아오지 않을 남자, 여자는 이를 악물고 복수에 돌입한다. 가벼운 스토킹으로 워밍업을 한다. 발신번호 없이 전화를 걸어대고, 무작위 문자메시지를 남발하고, 미니홈피를 뒤져 근황을 파악하는 정도에서 복수전의 포석을 깔아둔다.


  과거 사랑이란 이름으로 눈감아줬던 그의 약점들을 하나하나 자료로 수집해 두고, 그의 측근들과의 끈을 부여 잡은 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이 제 본격적인 복수전에 들어가는 여자. 주변에 자신이 나약한 피해자임을 알리고, 그가 얼마나 잔인무도한 짓을 저질러댔는 지에 대한 폭로를 시작한다. 사랑이란 힘으로 그가 행한 파렴치한 행동들과 더불어 자신이 입은 피해의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각색을 더해 알려 댄다. 사람들은 서서히 세뇌되기 시작한다.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에 눈물로 동참하며 그 천하의 망할 놈을 사회에서 매장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자, 차라리 여기까지는 좋다. 어차피 피해자는 동정과 연민이라도 받아야만 다시 일어설 수 있다. 피해자와 가해자 역할이 철저히 구분되었으니 별달리 속상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을 품은 여자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런 들, 저런 들, 뭐가 달라진다고!
  대중의 여론을 바탕으로 힘을 얻은 여자는, 점입가경식 오버를 더한다. 이 남자를 처벌해야만 자신의 억울함을 풀 수 있다며 여론몰이에서 폭로전으로 확장, 있던 죄 없던 죄까지 모아 그를 압박하기 시작한다. 남자 대 여자로서 일어났던 일 뿐만 아니라 그의 개인사며 사회적 약점까지 폭로해 그를 잔인하게 짓밟기 시작한다.


  그에게 공개적 사과와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하 지만 사람들은 서서히 그녀의 복수전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너무 충격이 커서 미친 건 아닐까?', '혹시 꽃뱀은 아닐까?', '저렇게 별나니 차였겠지' 식으로 그녀에게서 동정과 연민을 걷어간다. 결국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희미해지는 결과를 낳고 만다. 


  사회적 여론은 점점 남자에게로 몰아져, 그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시초야 어쨌든 현실에서 피해를 입는 사람은 여자가 아닌 남자이기 때문이다. 여자는 독기를 품고 달려들지만, 힘들어하는 건 결국 남자이니 말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건 남자가 아니라 여자가 되고 만다. 그리고 종국엔 '남자에게 차여 한 품고 발악하다 미친 여자'가 되고 만다.


  사랑은 참 어렵다. 할 때는 눈이 멀고 귀가 머는데, 끝나고 나면 정신이 차려지는 게 아니라 더더욱 정신이 나가 버리고 만다. 사랑할 때는 아무 조건도 없다더니 사랑이 끝나고 나면 조건들이 속속 생겨나 아깝고 억울하고 구차한 것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복수는 일시적인 카타르시스일 뿐이다. 당장은 상처 받은 마음을 덮을 수 있겠지만 그건 임시방편이다. 한 번 아픈 마음은 어떻게 해도 그 전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 다만 새 살이 돋게 만드는 수밖에. 후비고 파서 엎어봐야 결국 남의 살을 뜯어다 얹어놓는 형국이다.

헤어졌다고? 차였다고? 그래서 복수하겠다고?
  그게 뭔 대순가. 뭐하러 날 버리고 간 남자를 붙잡고 또 다시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복수를 하려는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사랑했던 시간이 아깝다면 얼른 정신 차리고 딴 남자를 고르거나 내 자신에게 그 모든 걸 투자하는 것이 차라리 나은 방법이다. 이미 떠난 버스를 굳이 붙잡으려, 돈 들여 택시 잡지 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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