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되면 사후 피임을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피임연구회가 지난 2008년 서울시내 30개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휴가철인 7월과 8월에 응급피임약 처방율은 각각 25%와 23.5%로 평소보다 10% 가량 증가했다. 이처럼 사후 피임약 처방율이 증가하는 것은 미리 피임을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피임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낮다는 이야기다.
피임은 원치 않는 임신을 방지하고 원만한 가족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다. 또 성병을 예방하고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갖는다. 전문가들은 피임법마다 효능, 효과가 다르고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적합한 피임법이 따로 있기 때문에 산부인과 전문의의 상담을 통해 자신에게 알맞은 피임법을 찾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 가장 안전한 방법, 경구피임약
경구피임약은 가장 안전한 피임방법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패할 확률은 1% 미만이다. 경구피임약은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에 작용해 성선자극호르몬을 억제함으로써 배란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한다. 배란억제 작용 외에도 자궁내막의 위축을 초래해 착상을 힘들게 만들고 자궁경부의 점액을 끈끈하게 만들어 정자의 통과를 막는다. 보통 21일간 매일 약을 복용한 후 7일간의 휴약기를 갖는다.
피임효과를 좌우하는 것은 약을 빼먹지 않고 매일 일정한 시간에 복용하는 것이다. 만일 약 복용을 잊어버렸을 경우 복용시간으로부터 24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면 그 즉시 복용하고 다음 날부터는 원래 스케줄대로 복용하면 된다. 그러나 직전 약을 복용한 지 24시간이 지났다면 두 알을 한꺼번에 먹고 그 다음날부터는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면 된다.
경구피임약에 함유돼 있는 호르몬은 폐경 후 여성에서 사용되는 것보다 용량이 높기 때문에 섣불리 복용해서는 안 된다. 만 35세 이상의 흡연여성은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 에스트로겐으로 인한 오심, 유방통, 혈관성 두통 등이 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 임신 중이거나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 있을 때, 유방암이 의심될 때, 간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는 경구피임약을 절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유방질환, 심혈관계질환, 뇌혈관질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있을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 응급피임약, 성공률 75%
사후 피임을 위해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약품이므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후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구입해야 한다. 성교 후 72시간 내에 고용량의 복합 호르몬제를 12시간 간격으로 2회 복용하거나, 2회의 용량을 한 번에 복용해야 한다.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보다 농도가 5~6배 높다. 그만큼 신체적 부담과 부작용 우려가 크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 오심과 구토 등이 있다. 배란일 전에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면 배란이 지연되고 배란일 후에는 자궁점막의 환경을 변화시켜 착상을 어렵게 한다. 피임성공률은 약 75%로, 4명 중 1명은 응급피임약 사용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된다.
◆ 콘돔, 주의하지 않으면 피임 실패할 수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콘돔은 차단 피임법의 일종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경로를 차단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콘돔은 처음에 동물의 창자를 이용해 만들어졌다가 1840년대에 고무의 발명으로 보편화되었다. 콘돔은 간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이지만 피임 실패율이 3~13.9%에 달해 주의를 요하는 방법이다.
콘돔을 사용할 때는 반드시 콘돔 끝을 2cm 정도 손으로 잡아당겨 사정액을 위한 여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또 사정 후에는 헐거워져 정액이 새어나올 위험이 있으므로 사정 직후에 곧바로 콘돔의 입구 테두리 부분을 손으로 잡고 제거해야 한다.
콘돔의 가장 큰 장점은 후천성 면역결핍증(HIV)을 비롯해 임균, 매독, 트리코모나스, 클라미디아 등 각종 성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많이 사용되고 있는 월경주기법이나 질외사정과 같은 자연피임 방법은 실패율이 높다. 따라서 정확한 정보를 통해 사전에 피임을 준비하고 계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