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원활한 섹스를 하기 위해선 반드시 성기를 딱딱하게 발기 시켜야 한다. 일단 다리만 벌리면 가능한 여자와는 섹스에 임하는 무게 자체가 틀리다. 이는 남자가 짊어진 인생의 무게이자, 가장이 떠안아야 할 책임감이라 말할 수 있다.
철없던 10대, 20대 때는 시도 때도 없이 발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미고 어깨가 무거워 질수록 발기에 대한 부담감은 커지게 된다. 즉 자신은 물론 책임 져야 할 사람이 많아 질 수록 성기를 들어올리기가 힘겨워 진다는 얘기다.
우리네 아버님들은 부모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들에게 '너도 커보면 안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커보면 알게 된다. 양 어깨는 물론 성기에 가해지는 인생의 무게를. 굶주린 자식들을 위해 부러진 날개를 퍼덕이며 천리 길도 마다 않고 벌레를 잡아오는 아비의 마음을.
'당신만 건강하고 내 곁에만 있어주면 섹스 같은 것은 안 해도 돼' 라고 말하던 아내가 반지하 칙칙한 캬바레에서 낯선 남자와 엉덩이를 맞잡고 블루스를 춘다. 마음 같아서는 아내 몸의 모든 관절을 이상한 방향으로 꺾어놓고 싶은 마음 굴뚝같지만 언젠가부터 고개를 숙여버린 자신의 성기를 바라보며 힘없이 뒤돌아 선다. 발기는 남자에게 있어 자존심이라 말할 수 있다.
발기가 잘 되지 않는 남자는 업소에서 마저 대접받지 못한다. 어떻게라도 해서 한번 꽂아보고 싶지만 질구 앞에서 시들어버리고 아가씨는 다시 애무를 하고 조금 고개를 들었다 싶으면 다시 넣으려 하지만 또다시 쪼글쪼글해진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 되다 보면 아가씨도 짜증나기 마련. 결국 돈은 돈대로 날리고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자존심은 자존심대로 구기게 되는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발기가 되지 않거나 섹스 중 자꾸 발기가 풀리게 되면 남자에는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게 된다. 하루도 아니고 몇 일, 아니 2틀만 그런 현상이 발생하면 그 심정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루 종일 발기부전에 대해 알아보고 정력에 좋다는 음식을 먹고 새벽에 일어나 몇 십 년간 하지 않던 조깅을 하게 된다. 고작 하루 이틀 한다고 육봉에 힘이 쏠릴 리 만무하다.
많은 40대 이상의 남자들이 어느 날 찾아온 발기의 이상징후에 죽고 싶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아내가 섹스를 원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고 일찍 잠 자리에 들곤 자는 척을 했다고 한다. 아무리 잠을 자려 노력해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발기에 대한 고민은 밤새 잠을 뒤척이게 만든다.
여자는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육체적인 섹스가 가능하지만 남자는 그렇지 못하다. 들어 올려야 한다. 종족번식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본능적 행위지만 이마저도 남자로서의 능력을 시험 받아야 한다. 발기란 단순히 성기를 들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들어 올리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