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살고 있다는 삼십 대의 어느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옆에서 의사의 말을 듣고만 있어도 무엇에 대해 상담을 하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다. 음경 보형물 삽입 수술에 대해 묻고 있는 모양이었다. 의사는 검사부터 해 봐야 하며, 보형물 삽입 수술은 최후의 선택이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설명했지만, 전화 속의 남자는 오직 수술의 성공 여부, 기간, 가격 등에 대해서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10여 분간의 통화는 그렇게 엇박자 소리만 내고 있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의사는 이런 전화를 빈번히 받는다고 일러주었다. 전화 속의 남자들은 너무나도 절박하기에, 그만큼 조급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하긴, 다 마찬가지이겠지만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야 어떻게 그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세울 수 없음으로 밀려드는 위축감, 그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아내(혹은 여성 파트너)의 상실감, 그로 인해 생긴 그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말이다. 발기부전. 그렇다면 서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세울 수 있는가. 아니면, 이것도 다 내 복이려니, 하며 체념해야 하는가.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論이란 게 있다. 나이를 먹으면 어차피 서지 않으니까, 젊었을 때 확실히 불을 지피자는 것이다. 즉, 발기부전을 노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그러나 발기부전은 대부분이 치료 가능한 의학적 상태이다.
발 기부전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전 세계적으로 발기부전 환자는 5,500만 명 이상, 우리 나라만 따져보아도 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성인 남성의 약 10%. 예컨대 성인 남성 열 명이 근무하는 사무실이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열 명 가운데 한 명은 ‘Coming Out’을 하지 않았을 뿐 발기부전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40살 이상 남성의 52%가 발기부전을 겪고 있으며, 40살 이전의 젊은 사람들도 상당수 속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고작 10% 정도만이 병원을 찾는다는 데 있다. 흔히 발기는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러니까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실속 없는 남자라는 부끄러움 때문에 남들에게(심지어 아내에게까지도) 고백하지 못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