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기는 병 아니다. 대다수 환자들은 "갑자기"라는 말을 잘 쓴다. 모든 병이 인체 내부의 우연한 사고에 기인하는 까닭에 어쩌면 "갑자기"라는 말도 맞기는 하다. 그러나 발기부전에 관한 한은 갑자기 생기는 병은 아니다. 

  그렇게 되기 위하여, 아니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하여 그간 인체 조직은 많은 유기적 협조를 해 왔었다. 그런데 조금씩 조금씩 그 관계가 깨어지면서 어느 날 증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발기에 관계되는 인체 조직은 너무 많다. 인체의 전체가 발기를 위해 애쓴다고 말 해야할까. 오감(五感)과 흥분중추, 척수신경, 음경의 혈관, 회음부의 근육들은 한번의 발기를 이루기 위하여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모자라는부분은 다른 쪽에서 보상받고 필요 없는 정보는 걸러내고 이 일을 단시간 내에 여러 번 반복한 후에 발기라는 거대한 발사체를만들어 내는 것이다.

  어느 날 발기가 시원치 않음을 느꼈을 때는 이미 시스템 간의 상호 교류가 깨어 졌던지 어떤 조직의 치명적 결함이 더 이상 자정(自靜) 불능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기의 뒷면에 드리워지고 있던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에게 모습을 보이기에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바꾸어 말해 현재 괜찮다고 하여 괜찮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되는 것이 3년 후 혹은 5년 후에 우리를 찾아올 수 있다. 

  정력제 찾기보다는 건강에 정성을 기울여라 중요한 것은 그 문제의 근원이 ‘현재’에 있다는 것이다. 현재를 어떻게 관리해야하나? 그 대답은 이렇다. 정력제를 찾기보다 정력에 나쁜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격한 운동을 줄여, 담배를 줄여, 술을 줄여, 스트레스를 줄여, 체중을 줄여, 약물섭취를 줄여, 동물성 지방을 줄여…. 온통 줄이는 것 뿐인가 하면 늘려야 할 것도 있다. 규칙적 운동을 늘여, 수면을 늘여, 건강한 자극을 늘여, 건강진단에 소요되는 시간을 늘여, 사랑의 감정을 늘여....

  그러하지 못하여 몇 년 후에 이미 깨어진 연결 고리는 의사도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갑자기"의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나에게 상기 시켜준 그 환자는 당뇨병으로 인한 혈관성 발기 기능 폐쇄로 밝혀졌다. 그후 그에게 음경보형물 삽입수술을 해 주어 발기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였다. 창창한 여생인데 그렇게라도 하여 행복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