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수술의 진실
“먹고 살기 빠듯한데 또 임신이라도 되면…. 어휴 끔찍합니다.”
“아내가 콘돔은 믿을 수 없다며 몸에 손도 못 대게 합니다. 아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내 건강을 위해서 남편이 받는 게 좋다고 해서!”
최근 짙은 경기 침체와 불황 탓일까. 남성의 정관 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뇨기과로 정관수술을 받으러 오는 남성들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가장으로서 가족에 대한 부양책임을 무겁게 느낀 나머지 더 이상 출산을 막기 위해 자발적으로 정관수술을 받는 ‘현실파’ 남성이 있는가 하면 임신공포증에 시달리는 아내의 기세에 눌려 울며 겨자 먹기로 정관수술을 받는 이도 있다. 또 그런가 하면 요즘에는 여성에게 영구 피임하는 방법이 좋지 않다며 자신이 정관수술을 받아버리는 애처가 남편들도 자주 목도된다.
정관수술을 받는 사연이 어떻든 이들에게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정관수술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정관수술에 대해 몇 가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반인들 사이에서 오가고 있는 오해들을 그대로 믿고 있는 경우가 많다. 우선 정관수술이란 고환에서 만들어진 정자가 정낭으로 가는 길인 정관을 차단해서 정액에 정자가 섞이지 않도록 하는 수술로 남성의 영구적인 피임법이다. 일반인이 잘못 알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정관수술에 대한 오해를 항목별로 짚어보자.
#정관수술을 하면 정력이 약해진다?
남성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목이다. 사실은 무엇일까? 천만의 말씀이라는 것. 정관수술을 하면 정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의학적으로 전혀 검증이 되지 않는 낭설에 불과하다. 대다수 남성들이 수술 후 정력이 감퇴되거나 정액량이 감소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하지만 전혀 걱정할 일이 못 된다. 왜냐하면 남성의 발기 기능은 음경해면체의 영향을 받지, 정관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도 고환에서 정상적으로 생산, 흡수되므로 정관수술 후 성기능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울러 대부분의 정액 또한 정낭 및 전립선에서 분비되는 까닭에 정액량이 감소하는 것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관수술하면 곧바로 피임이 된다?
정관 수술을 받으면 곧바로 완전한 피임이 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이들도 의외로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정관수술 후 자신만만하게 주의하지 않고 난사(?)하다가 큰 코 다친 이들도 자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정관수술을 둘러싸고 환자와 의사간의 법정싸움도 발생한다. 실제 30대 후반의 남성이 정관 수술을 했는데 그 후 아내가 덜컥 임신을 해 부부간 심각한 불화가 생겼다. 하지만 친자 확인 검사 결과 자신의 자식이라고 판명됐다. 결국 환자는 정관수술을 한 의사와 법정다툼을 벌였다. 하지만 이는 정관수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정관수술 하면 곧바로 피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관수술 후에도 몸에 잔존하는 정자가 모두 방출될 때까지 성관계시 약 12-15회 이상 피임을 하여야 한다. 그리고 수술 후 반드시 정액검사를 통해 무정자임을 최종 확인해야 하는 절차를 밟아야 안전한 것이다.
#정관수술 후 복원하면 언제든 임신이 100% 가능하다?
“나중에 필요하면 다시 정관복원 수술 하면 되죠.” 정말 정관수술을 한 다음에 복원하면 임신이 100% 가능한 것일까? 정관수술을 받은 다음에 나중에 출산하고 싶으면 언제든 복원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도 일반인들의 오해 중 하나다. 정관수술은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인 피임 수술이다. 정관복원 수술로 정관을 다시 되살렸다고 해서 임신이 100%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말씀이다. 그 이유는 일종의 퇴행으로, 정관수술을 한 이후 4~5년 정도가 경과하면 항정자 항체가 형성되어 면역학적 불임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행하는 정관수술방법…무도정관수술
최근 선호하고 있는 정관수술 방법은 무도(無刀) 정관수술이다. 중국에서 개발된 무도정관수술로 남성의 정관수술이 훨씬 간편하고 손쉬워진 것이 사실이다. 무도정관수술은 음낭을 칼로 절개하는 대신, 부분 마취하에 특수한 기구로 2mm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고 정관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수술은 음낭초음파 검사 후 간단한 국소마취로 진행하며 수술 시 통증 및 흉터는 거의 남지 않는다. 수술 부위의 작은 상처는 봉합할 필요가 없으므로 실밥을 푸는 번거로움도 겪지 않는다. 수술시간은 대략 10~15분정도. 무도정관수술은 시간 절약과 함께 부작용을 최소화함으로써 수술 후 곧바로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격렬한 운동은 수술 후 1~2주 후부터, 샤워는 수술 2~3일 후 부터 가능하며 탕 속에 들어가는 목욕과 성관계는 1주일 후부터 가능하다. 주의사항으로는 수술 전 아스피린(혈전용해제)등에 약물을 복용한다면 중단하는 것 정도다.
사실 무도 정관수술은 정관수술병원에서 받으면 아무런 부작용 없이 간편하게 시술 받을 수 있다. 다만 정관수술은 아무나 하는 손쉬운 수술로 생각하기 쉬우나 정관을 효과적으로 찾는 것이 최대 노하우로 꼽힌다. 따라서 임상경험이 풍부한 비뇨기과 전문의일수록 정관을 잘 찾아내기 때문에 의사의 특유한 손맛을 볼 수 있는 수술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 정관수술하면서 포경수술이나 조루수술 등 다른 수술을 함께 하는 이들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