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3∼27일은 대한남성과학회가 정한 ‘남성 건강 주간’이다. 이 행사는 남성의 건강하고 활기찬 성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남성과학회가 비뇨기과 의사들이 중심이 된 학회여서다. 정력에 이로운, 이른바 정력 식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뭇 남성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지위가 높은 사람ㆍ유명인ㆍ희대의 플레이보이가 즐겨 먹었던 음식은 늘 유명세를 탔다.
정력가로 알려진 세종 대왕은 수탉 고환 요리, 장수한 영조는 굴 요리, 명나라 영락제는 불도장을 즐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상어 지느러미ㆍ잉어 부레ㆍ사슴 힘줄 등을 넣고 오래 푹 고아낸 음식이 불도장이다. 불도장(佛跳墻)은 ‘음식의 냄새를 맡으면 승려도 유혹을 참지 못해 담을 뛰어 넘는다’는 뜻이다.
동물의 성기ㆍ고환 등 생식기를 먹으면 자신의 정력이 세질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아직 많다. 한방의 ‘동기상구’(同氣相求, 비슷한 것을 먹으면 유사한 효과를 얻는다)이론에 근거한 이런 믿음의 최대 희생자는 물개이다. 수컷 물개 한마리가 50마리 이상의 암컷을 거느리며, 발정기(2∼3개월 지속) 때는 하루에 10회 이상 교미를 한다는 이유로 해구신(물개의 성기)가 고가에 거래된다.
『동의보감』에도 “해구신은 지나친 성생활로 인해 육체가 피로하고 허해져 정력이 떨어지거나 기력이 쇠약해졌을 때 유용한다”고 기술돼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 남성은 물개의 음경, 중국 남성은 고환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노화 전문 AG 클리닉 권용욱 원장은 “해구신에서 정력과 관련된 성분은 안드로스테론이란 남성 호르몬 정도”이며 “이 호르몬은 성기능을 강화하고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므로 정력 강화에 약간의 도움을 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선 ‘밑지는 장사’라는 것이 권원장의 주장이다. 또 남성 호르몬은 고환에 있으므로 음경만을 주로 섭취하는 한국 남성은 괜한 헛수고를 한 셈이라는 것이다.
코뿔소의 뿔도 우뚝 솟은 생김새 때문에 정력제로 통한다. 특히 중국인이 선호하는데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하다. 뿔의 주 영양소는 칼슘인데 칼슘이 정력을 돕는다는 연구결과는 없다. 일 부 지역에선 남성의 생식기(음경이나 고환)를 닮은 식물성 식품도 정력제로 간주한다. 바나나ㆍ감자ㆍ고추ㆍ아스파라거스ㆍ오이ㆍ옥수수ㆍ아보카도ㆍ토마토 등이 좋은 예다. 이들 중 토마토(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 풍부)ㆍ아스파라거스(아스파라긴산 풍부) 정도가 장기적으로 정력 증진에 유익할 것으로 여겨진다.
뱀ㆍ물개ㆍ산양 등 정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동물도 정력제로 대접받아왔다. 특히 뱀은 72시간 가량 교미를 하지만 이렇다할 정력 증강 성분은 발견되지 않았다. 개고기ㆍ도마뱀ㆍ흑염소ㆍ자라ㆍ개구리ㆍ새우ㆍ미꾸라지ㆍ잉어ㆍ피조개ㆍ뱀장어ㆍ오징어ㆍ낙지ㆍ오골계 등도 동물성 강정 식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뱀ㆍ뱀장어ㆍ개고기 등 정력 식품으로 알려진 것은 대부분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동물성 식품”이며 “콜레스테롤은 남성호르몬의 기본 재료이므로 과거 못살 때는 나름대로 정력 증강에 유익한 측면도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요즘은 동물성 식품을 이미 충분히 섭취하고 있으며 콜레스트레롤 함량이 높은 식품은 오히려 고지혈증ㆍ당뇨병 등 발기부전의 원인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진정한 정력 식품을 찾는다면 이제는 동물성 식품보다 식물성 식품이나 해산물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식물성 식품 가운데 강정 효과가 기대되는 것은 허다하다. 마늘ㆍ대추ㆍ양파ㆍ파ㆍ땅콩ㆍ더덕ㆍ마ㆍ음양곽ㆍ미나리ㆍ당근ㆍ연밥ㆍ구기자ㆍ인삼ㆍ버섯ㆍ부추ㆍ두리언(열대 과일)ㆍ파극천(노니)ㆍ호두ㆍ아몬드ㆍ아보카도 등이다. 이중 음양곽은 염소가 이 잎을 뜯어먹고 하루에 1백번 ‘일’을 치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파ㆍ마늘ㆍ달래ㆍ부추ㆍ홍거 등 냄새ㆍ자극성이 강한 다섯 채소, 즉 오신채(五辛采)도 정력 식품으로 통한다. 불교ㆍ도교에선 먹으면 음심이 커져 수행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아예 금기시한다. 이중 마늘은 호색한 카사노바가 굴과 함께 정력식품으로 애용했다. 『본초강목』에도 “강정 효과가 있다”고 기술돼 있다.
마늘의 강정 성분은 매운 맛 성분인 알리신이다. 알리신은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 순환을 돕는다. 남성의 발기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혈액 순환이 원활해야 한다. 그렇다고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처럼 마늘을 먹자마자 바로 발기되는 것은 아니다. 그 효과는 느리고 간접적이다. 서양에선 양파를 정력 식품으로 친다. 프랑스의 많은 호텔에선 지금도 신혼부부에게 양파 수프를 제공한다.
부추도 남성의 양기를 높이는 채소다. 양기를 북돋워준다고 해서 민간에선 ‘기양초(起陽草)’라고 부른다. 일할 생각은 안 하고 성욕만 커지게 만든다고 해서 ‘게으름뱅이풀’이란 별명도 붙었다. 『본초강목』엔 “온신고정(溫腎固精)의 효과가 있다”고 쓰여 있다. 한방에서 신은 신장 뿐 아니라 비뇨ㆍ생식기 전체를 가르킨다.
봄나물인 달래는 산에서 나는 마늘로 통한다. 마늘과 영양ㆍ효능이 비슷하다. 혈액 순환 개선에 유익하다. 인삼도 성기능 증진 효과가 있는 약재이다. 인삼의 강정 효과는 서양에서도 인정한다. 국내 연구진이 발기부전 남성 90명에게 홍삼을 3개월간(하루 1.8g씩) 먹여봤다. 성교 횟수·조루 등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지만 발기의 강도·음경 내 혈류 흐름·성욕·만족도는 호전됐다. 홍삼이 ‘비아그라’처럼 음경 내 산화질소의 생성을 증가시켜 발기력을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비아그라’처럼 즉효성인 것은 아니다.
아 몬드ㆍ호두 등 견과류도 정력 식품 후보군에 속한다. ‘섹스 비타민’으로 통하는 비타민 E가 풍부해서다. 동물실험에서 비타민 E를 적게 먹은 쥐가 성욕 저하와 불임을 일으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쥐에 비타민 E를 공급했더니 성욕이 되살아났다.
마도 정력 식품으로 분류된다. 식이섬유의 일종인 알기닌 덕분이다. 알기닌은 발기에 기여하는 산화질소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자 정액의 구성 성분이다.
알기닌은 미역ㆍ김ㆍ다시마 등 해조류에도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들 해조류의 미끈미끈한 성분이 바로 알기닌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강정 식품으로 인정하는 것은 ‘바다의 우유’로 통하는 굴이다. 굴은 서양사람들이 유일하게 날로 먹는 해산물이다. 카사노바는 매일 저녁 굴 50개를 먹어 체력을 비축했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굴을 찾았고 독일의 철혈 재상 비스마르크는 굴을 거의 광적으로 먹었다. 다들 카리스마가 강한 남성들이다.
미국 뉴욕대병원 연구팀은 성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성관계 직전에 굴 6개를 먹으라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굴의 강정 성분은 아연이다. 해산물 가운데 아연이 가장 풍부한 식품이 바로 굴이다. 아연은 남성의 전립선과 정액에 함유된 미네랄이어서 흔히 ‘섹스 미네랄’로 통한다. 남성은 사정할 때마다 5㎎의 아연을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는 하루 아연 권장량의 약 3분의 1에 달한다. 따라서 사정을 한 뒤엔 음식으로 아연을 보충해줘야 한다. 아연을 적게 먹으면 정자수가 줄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굴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호박 씨ㆍ해바라기 씨ㆍ버섯 등을 즐겨 먹어 아연을 보충하는 것이 방법이다.
아마도 남성이 옛부터 가장 흔히 애용해온 성욕 촉진제는 술일 것이다. ‘베드 와인’이란 말도 나왔다. 실제로 술을 조금 마시면 성욕이 높아진다. 심리적으로 죄의식과 자기 억제에서 해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음하면 역효과다. 술로 인해 전신의 혈관이 확장되면 발기가 힘들어지고 성욕도 떨어진다. 또 지나친 음주는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을 줄이고 아연을 몸 밖으로 더 많이 내보내 정자 생산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성기능 장애 문제로 고민이라면 고가의 정력 식품을 찾기 보다는 기름진 음식을 최대한 피하고 흰살 생선ㆍ살코기 등 고단백 음식을 즐기는 것이 남는 장사다. 가급적 소식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유익하다. 금연은 필수다. 흡연은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며 음경동맥이 막히면 발기부전 위험이 높아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