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슬쩍’양은 서른이 넘었는데 아직 섹스 경험이 없다. 한데 그 문제에 관해서라면, 신기하게도 뛰어난 소믈리에(와인감식전문가)처럼 ‘감별 능력’이 탁월하다. 그녀는 오늘도 영화를보다 말고 속삭인다.
그렇게 신선한 아이디어를 날이면 날마다 펑펑 쏟아내는 그녀는,마치 화려한 무대를 지휘하는 연출가처럼 매번 열정적이었다.균형 잡힌 시선, 대담무쌍하면서도 천박하지 않은 수위, 문화적토양까지 곁들이는 우아한 디테일 등등.
그러던 그녀가 어느날 의외로 허약한 기본기를 드러내며 정체를노출하고 말았다.
취향에 따른 무수한 오르가슴의 차이를 인정한다쳐도, ‘설마,설마, 남자 페니스 따위가 그렇게 다를 리 있겠어?’라는 게 그녀의 귀여운 추측이었던 것! 순간 난 그녀의 귀여운 ‘논리’를평범한 칫솔질에 빗대도 괜찮겠다고 느꼈다. 이른바 ‘칫솔 이론’.
하지만 아다시피 페니스는 칫솔이 아닌 것을. 또 좀더 민감한 소비자를 증언대에 앉히면 ‘칫솔도 기능과 디자인 면에서 각각 상당한 차이가 난다’고 주장할지 모른다. 그런 건 어디까지나 죄없는 개인 차일 테니까. 어쨌든 난 둘도 없는 친구를 사정없이비웃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