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눈에 반한 그 남자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어떻게든 내 남자로 만들고 싶다며 이미 그녀의 머릿속에는 그의 마음을 완벽하게 뺏기 위한 물밑작전이 세워진다. 그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섭렵하고 그의 취향에 맞춰 자신을 바꿔 나간다. 원래 자신이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인 것처럼 자신의 모든 것들을 배제하고 그의 여자 되어간다.
결국 오랜 시간 계속된 완벽한 물밑 작전에 그는 두 발이 묶여버렸다. 이때를 얼마나 기다렸던가? 하지만 물밑 작전의 고수에게는 마지막 작전이 하나 더 남았다. 그것은 바로 결정적인 순간에 한번 튕겨주는 것, 그가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일 때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는 것이다. 그는 헷갈려 하다가도 점점 조바심이 난다. 결국 그는 먼저 고백한다.
그녀는 이제 한시름 놓았다. 먼저 고백을 받았으니 그가 먼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진 것이 되니까. 그녀가 매달린 것이 아니라는 게 분명하니까. 혹시라도 헤어지더라도 그녀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 없는 입장.
물밑 작전의 고수. 자신이 정말 반했으면서 결국 사귀자는 고백은 상대방에게 받아낸다. 묘한 성취감에 빠져 황홀한 사랑을 맛본다. 자신을 무조건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난 듯한 느낌. 모든 것이 딱딱 맞아 떨어진 기분. 게다가 진정한 사랑까지 얻었다는 성취감. 그래서 물밑 작전은 계속되고 점점 더 실력을 쌓아간다.
하지만 물밑 작전의 고수는 사랑을 너무 아는 척 했다. 물밑 작전을 하는 동안의 시간. 그것이 이 사람의 사랑의 전부다. 얼마 안 가 헤어진다면 사랑이 질려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도 하기 전에 제풀에 지쳐 헤어지는 것이다. 이미 그 사람에 대해 다 안 것처럼.
물밑 작전의 고수는 한 가지를 빼먹었다. 그것은 그의 맘에 들기 위해 꾸몄던 모습을 벗었을 때의 그의 반응을 보지 못한 것이다. 먼저 내빼지만 않았어도 그는 꾸밈없는 그녀의 원래 모습을 더 사랑했을 텐데. 하지만 물밑 작전의 고수들은 항상 그의 취향대로 움직인다. 취향은 바뀌기 마련인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