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궁녀’에서는 입궁 전의 처녀들이 팔목에 앵무새의 피를 묻혀보는 처녀성 검사에 응하는 장면이 있었다. 예전 한 사극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조선에서는 도교 무속신앙이 성행했고 그 중 하나로 앵무새의 피가 처녀들의 처녀성을 입증해 준다고 믿었다. 아마 금실 좋은 새인 앵무새에 그 상징성을 둔 것으로 생각된다.
임금의 여인이 되어야 하는 궁녀들에게 있어 처녀성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따라서 앵혈 측정으로 검사된 여인들은 궁에서 다시 한 번 검사를 거치는데, 이것은 나이든 상궁들이 직접 음부를 살펴보면서 측정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빈이나 귀빈 등을 선발할 때 상궁과 거세하여 남성을 잃은 내시들이 처녀성 검사자로 나섰다고 한다. 중국의 황후 후보자에 대한 신체검사를 다룬 옛 기록을 살펴보면, 황제의 명을 받은 여관리가 직접 황후 후보자의 집에 가서 후보자의 몸을 면밀히 살폈다고 명시되어 있다. 먼저, 후보자의 걷는 자태를 살피고 규방에 들어가 그녀의 옷을 벗긴 후 몸 구석구석을 관찰했다. 유방에 덩어리가 뭉치지는 않았는지, 신체 깊숙한 곳에서 악취가 나지 않는지 일일이 코로 냄새를 맡았으며, 배꼽의 깊이와 어깨의 넓이, 허리둘레, 피부색, 엉덩이의 탄력, 발바닥의 생김과 발가락의 색, 마지막으로 음부까지 살핀 후에 신체검사를 마쳤다. 그리고 겉으로 드러난 외모를 보고, 목소리와 말씨까지 찬찬히 들어본 후에야 후보자에 대한 평가를 내렸다고 한다.
이렇게 처녀성을 중시 여긴 풍조는 궁 안에서만 행해진 것이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결혼 전에 신부의 질 속에 비둘기 알을 넣어 출혈의 여부를 살폈다고 한다. 이것은 처녀막의 유무를 알기 위함이었는데 만약, 알을 넣었는데도 출혈이 없으면 흰 헝겊을 질 속에 깊이 삽입했다. 그래도 출혈이 없을 시에는 결혼이 취소되었다.
한편, 처녀성을 매우 중시했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결혼을 앞둔 신랑 신부가 친척들이 모인 가운데서 처녀성을 측정해 보여줘야 했다. 그 방법으로는 손가락이 많이 쓰였는데, 신랑 될 남성이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에 흰 천을 두르고 신부가 될 여성의 질 속에 넣어 처녀성을 검사했다. 이런 방법은 남태평양 사모아(samoa)에서도 이용되었다. 그리고 아프리카 동북부 누비아(nubia)에서는 9세가 된 여자아이가 미래의 남편이 될 남자와 약혼을 하고 남편의 증인들 앞에서 손가락으로 처녀막을 검증하는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여성의 처녀가 중요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남성 중심 사회의 폐단으로써 여성을 물건 소유하듯 치부했던 것이 이유가 되지는 않을지. 마치 쇼핑을 하면서 전시된 물건을 여기저기 만져본 후 구매할 땐 포장된 '새 것'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여성을 내 것으로 가질 때는 ‘새 것’을 바라는 마음과 같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여인의 처녀성은 육체적인 것으로 판단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정신적인 영역으로 얼마나 마음 다해 상대방을 사랑하고 있는지, 사랑이라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판단될 수 있는 것이다. 얇은 막 하나로 좌지우지 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2000년대에 접어든 이 시대에 아직도 젊은 소녀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아래 처녀성을 검사하려는 나라가 있다는 뉴스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섹스를 나누는 것에 처음과 두 번째가 그리 중요한가. 여성들이 마음을 열어 상대를 받아들이는 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결합을 앞두고 내가 처음인가, 아닌가를 따지기보다 서로를 얼마나 마음 깊이 사랑하는지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