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산분인과를 찾는 가장 흔한 이유는 질 분비물이다. 질 분비물 이 상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질염을 진단받는 여성이 많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흔한 여성 질환이다. 보통 질 분비물은 가려움증이나 악취를 동반하지 않는다. 질 분비물이 가려움증이나 악취를 동반하는 경우에 질염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질염은 치료 시기가 중요하다. 방치하면 골반염증으로 발전해 난관손상으로 이어져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
질염은 크게 세균성, 곰팡이성(진균), 원충류성(기생충)으로 구분한다. 세균성 질염이 가장 흔하고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황색이나 백색의 분비물이 다량 나오고 가려움증이 지속되면 세균성 질염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항생제나 소염제를 복용하고 국소적인 소독 치료를 받으면 된다. 원충류성 질염은 캔디다라는 진균에 의해 생기는 질환이다. 덥고 습한 여름 장마철에 발병률이 높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진 당뇨 환자, 만성 질환자, 스트레스가 심한 수험생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하얀색 두부를 으깬 것 같은 냉이 나오면서 심한 가려움을 동반한다. 외음부가 붉게 부어오르고 살이 헐거나 백태가 끼기도 한다. 항진균제로 치료하면 된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치료기간 중에는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좋다.
원충류성 질염은 기생충의 일종인 트리코모나스에 감염되는 질환이다. 성관계에 의해 전파되므로 성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방치하면 골반염, 방광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감염된 여성 25%에서는 별다른 증상이 없지만, 대부분은 생선 썩는 듯한 악취를 풍긴다. 누렇고 물 같은 분비물이 속옷을 적실 정도로 많이 나오면 원충류성 질염을 의심해야 한다. 또, 질 점막은 빨간빛을 띠면서 심하게 부어오른다. 의사와 상담한 후 메트로니다졸과 같은 약물로 치료받으면 된다.
성관계를 할 때 질 점막에 물리적인 자극을 주면 염증을 유발하므로 질 분비액이 충분한 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청결한 성관계는 기본이다. 치료해도 질염이 자주 재발하면 성관계 상대방도 동시에 치료받아야 한다. 최두석 삼성서울병원 사춘기클리닉 교수는 “질염은 15세 미만 소녀에게서도 발견된다. 배변 후 뒤처리 습관이 주요 원인이다. 항문에서 앞쪽으로 배변 후 처리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대변에 있는 균이 질에 감염되어 질염을 일으킨다. 어린 시절부터 항문 뒤쪽으로 뒤처리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질염을 예방하는 지름길이다”라고 조언했다.
질염은 폐경기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여성 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질이 건조해져 노인성 질염이 발생하기 쉽다. 대부분은 나이 탓으로 생각하고 관심을 두지 않아 병을 키운다. 가려움과 따끔따끔한 통증이 특징이다. 피나 고름이 섞인 짙은 황색의 냉이 생기며, 질 점막이 얇아지고 분비물이 적어져 질이 건조해진다. 가벼운 자극에도 출혈이 잦게 된다. 노인성 질염은 여성 호르몬 부족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에스트로겐 정제나 크림제를 질에 투여하는 등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는 치료를 병용하면 증상이 호전된다.
이성하 더와이즈황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대부분의 여성이 얼굴에 생긴 주름에는 신경 쓰지만 질부에 발생하는 질환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증상이 나타나도 방치하다가 질이 발갛게 부어올라 세균성 염증으로까지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여성호르몬제 치료를 받으면 금방 좋아지기 때문에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라며 조기 검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