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서적] 소녀경
‘소녀경(素女經)’은 중국 전설상의 제왕인 황제가 소녀(素女)라는 여자와 나눈 대화록이다. 여기에는 음양교접의 여러 철학과 기술, 질병 치료방법들이 들어 있어, 도가에서는 불로장생의 비법을 담은 책으로 사용돼 왔다.
소녀경이란 어떤 책인가?
중국 태고의 역사는 천황(天皇)?지황(地皇)?인황(人皇)씨의 대를 거쳐, 사냥을 가르친 태호복희씨(太昊伏羲氏)와 농사를 창시한 염제신농씨(炎帝神農氏)로 이어진다. 이후 염제신농씨의 뒤를 이어 황제헌원씨(黃帝軒轅氏)가 나오는데, 이때부터 문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에 의하면 황제의 성은 공손(公孫)이고 이름은 헌원이며 소전(少典)의 아들이라고 한다. 『사기』에서는 그의 인물됨이 어려서부터 매우 특이했으며 현명했다고 전한다. 염제의 치세가 어려움을 겪을 무렵, 이 탁월한 인물은 각종 무기류와 기술을 발명하여 각처에서 일어난 제후들의 반란을 진압하고 드디어 염제마저 무찌른 후에 천하를 다스렸다고 한다.
황제는 율려(律呂)를 만들고 문장을 지어 귀천을 분별케 했으며, 배와 수레를 만들어 운송을 편리하게 했고 또 건축술, 농사기술, 의약 등 문화와 문명의 여러 도구를 고안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만들고 세상을 교화시켜 갔다는 것이다.
이처럼 황제가 인류에게 남긴 문화적 유산은 수없이 많지만 특별히 기억해야 할 것은 의서(醫書)를 만들고, 의술을 개발했다는 점이다. 황제가 기백(岐伯) 등 여덟 명의 유능한 의사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것이 『황제내경(黃帝內經)』인데, 물론 역사적 관점에서 이 같은 전설을 그대로 믿느냐 아니냐는 별개로 치더라도 이 책이 후세에 끼친 영향은 참으로 지대하다. 자연철학적인 관점에서 기술된 『황제내경』은 이후 동양의학(東洋醫學) 최고의 경전으로 평가받게 되었다. 소문(素問) 81편과 영추(靈樞) 81편이 있다.
오늘날 전해지는 『황제내경』의 소문이나 영추에는 하늘과 땅의 자연현상과 인체의 생명현상을 대비시킴으로써 외부환경의 변화가 인체 내부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가 다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중국고대 서적들이 그렇듯이 『황제내경』도 천지와 인간을 별개의 존재로 보지 않고 합일된 존재, 다르면서도 다르지 않은 존재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천지인(天地人) 합일(合一)이다. 대우주(大宇宙)인 천지의 제(諸) 현상을 소우주인 인체의 생명현상과 대비시켜 관찰하고, 종내에는 이 양자를 조화시키려는 시도가 그것이다. 탈레스(Thales)를 비롯한 이오니아(Ionia)학파 등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도 이와 비슷한 인식을 가진 경우가 있었다고 하나 고대 중국의 그것에 비하면 논리의 정교함에서 떨어진다.
천지인 합일이란 인식은, 양립되는 전혀 별개의 존재마저도 상호관계로 전환시킬 수 있게 해준다. 가령 하늘과 땅, 남자와 여자 등 형태나 질적으로 서로 다른 존재를 양(陽)과 음(陰)이라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대비시킨다. 사람은 양과 음인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으며 이들은 하늘과 땅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상이한 두 요소를 형식적(形式的) 상태로 인식하여 음양의 이론을, 질료적(質料的) 상태로 파악하여 오행의 이론을 만들기에 이른다. 소우주인 인체는 대우주의 일부인 나무[木]?불[火]?흙[土]?쇠[金]?물[水] 등 다섯 가지 무기질 요소의 합성체이고, 이들 다섯 가지 요소는 본체인 자연계의 현상과 함께 생성·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또 이들 사이에도 조화의 상대인가 아닌가에 따라 상생(相生)?상극(相剋)의 에너지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