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받지 못했던 한국의 성문화, 점점 변화하고 있어
일본 텔레비전 방송국의 바나나몰 청담점 취재 현장 <사진 제공=바나나몰>
일본 텔레비전 방송국 엔터메테레. 방송 촬영과 취재를 위해 한국을 찾은 그들이 방문한 곳은 다른 아닌 바나나몰 오프라인 청담점, 바로 성인용품 매장이었다.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일본의 눈에, 서울특별시 청담동 한 가운데 위치한 성인용품 매장이 신선하게 다가온 것이다.
한때는 전혀 인정 받지 못했던 한국의 성문화가 이렇게 변하고 있다. 마리끌레르, GQ, 코스모폴리탄, 맥심 등 잡지가 성인용품 매장을 다루는가 하면, 이처럼 해외의 방송 매체까지 국내에 들어와 촬영을 진행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달랐다. 어두운 골목 한 켠에 가야 성인용품점을 찾을 수 있었다. 가게 내부가 보이지 않게 스티커를 싸맨 성인용품 가게는 딱 봐도 불법적으로 생겼고, 불량한 냄새를 풍겼으며 음흉한 기운을 뿜어냈다. 성인용품 사용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편견이 만든 해프닝이었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젊은 남녀 사이에서 성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면서, 성인용품 수요가 늘고 있다. 어두운 골목에나 있던 성인용품점이 젊은 공간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밝고 즐거운 이미지의 매장엔 20대, 30대 남녀가 자연스레 자리잡고 있다.
이런 분위기와 더불어 성교육 관련 세미나, 토크쇼, AV 배우 내한 팬 미팅, 사인회 등 성문화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추세다. 한때 금기시되던 소재인 ‘성(性)’이 하나의 문화로서 인정 받기 시작했다.
과거엔 상상할 수 없었다. 새로운 세대에 의해 시대가 바뀐다. 성문화를 마냥 부정적으로 보던 시선이 조금씩 줄어간다.
“요즘 젊은 분들에게 가장 핫(HOT)한 상품은 뭡니까?” 젊은 트렌드를 주시하는 문화뉴스 이우람 편집장이 묻는다.
이는 최근 성인용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젊은 세대의 핵심 질문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실제로 바나나몰을 비롯한 성인용품점에 가장 많이 오는 문의 중 하나가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상품이 뭔가요?”라고 한다.
트렌드 미디어를 다루는 언론인 이우람과 성인용품 기업 바나나몰에서 콘텐츠 기획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칼럼니스트 정윤하. 전혀 다른 두 곳에서 한 가지 사안을 놓고 대화를 나누는 문화대담. 지난 주에 이어 성인용품·성문화에 대한 얘기가 계속 이어진다.
많은 인파가 몰린 AV 배우 하마사키 마오 국내 팬미팅 현장 <사진 제공=바나나몰>
#4 성문화 관련 문화 행사 개최 등 변화의 움직임
이우람 기자: 저 같은 경우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보면서 성문화에 관심이 생겼던 거 같아요.
정윤하 칼럼: 저도 과거 하루키를 좋아하긴 했었지만, 그런 작가의 글보다 쉽게 접근 가능한 콘텐츠에 더 매력을 느꼈어요. 유쾌하고 재밌게 다룬 성문화, 성인용품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더 컸던 거 같습니다.
이우람 기자: 갑자기 문득 든 생각인데, 업무적으로 재밌는 일도 많으실 거 같은데요(웃음). 어떠신가요?
정윤하 칼럼: 성인용품 업계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 거 같습니다. 그저 일반 회사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다만 소재가 성인용품, 성문화일 뿐이죠. 각자 맡은 임무에 충실한 회사 생활로…
이우람 기자: 아뇨, 아뇨, 저는 그런 거 말고요(웃음). 그… 유명 AV 배우들이 제법 내한을 오잖아요?
정윤하 칼럼: 하하하. 바나나몰을 통해서 하마사키 마오, 아오이 츠카사, 사쿠라이 아유, 하네다 아이 등 많은 배우가 왔었죠. 아무래도 저희 쪽은 KMP 등 AV 기업과 협력하고 있는 분야가 있는데다, 이쪽 업계에서 신뢰도 있고 노하우도 많아서요. 내한 행사를 자주 열기에 좋죠.
이우람 기자: 그분들이 그렇게 오는 이유가 뭘까요?
정윤하 칼럼: 물론 성인용품 기업 홍보가 가장 크겠죠. 그리고 한국을 좋아하는 개인적 성향도 영향이 있을 수 있고요. 돈은 안 되지만 시장성에도 아주 조금은 관심이 있지 않을까요? 물론 영상 자체로 돈을 취하긴 어렵지만, 일본 AV 다운로드로 보면 대한민국이 세계 1위 수준이니까.
이우람 기자: 일본보다 더 보나요?
정윤하 칼럼: 일본은 불법 다운로드 프로그램을 많이 쓰지 않는데다, DVD 대여점 등이 워낙 발달했으니까요. 직접 구매하는 문화기도 하고요.
이우람 기자: 참 아이러니해요. 어덜트 비디오가 국내에선 불법인데 다운은 많이 받고. 실질적으로 다들 보고 있는데 말이죠.
정윤하 칼럼: 그런 거 같아요.
이우람 기자: 그런 AV 스타가 오면 보통 몇 분이나 오나요?
정윤하 칼럼: 많게는 수백 명이 오시니까요.
이우람 기자: 주로 뭘 하나요?
정윤하 칼럼: 악수회도 하고 사진도 찍고… 여러 가지가 있지요.
이우람 기자: 나중에 한 번…
정윤하 칼럼: 하하하
세계적인 남성지 맥심의 성인용품점 바나나몰 일일 체험기 연재
#5 방송, 잡지 등 미디어와 성(性)
이우람 기자: 최근엔 유명한 패션 잡지, 여성 잡지 등에서도 성인용품을 많이 다루기 시작했어요.
정윤하 칼럼: 네. 저희 바나나몰도 맥심, GQ, 마리끌레르, 코스모폴리탄 등과 함께 했었죠.
이우람 기자: 문화를 다루는 언론인 입장에서 이 부분이 굉장히 흥미롭게 보여요. 예전 같으면 상상 못할 일이잖아요.
정윤하 칼럼: 그렇다고 봐야죠.
이우람 기자: 대중화와 더불어 브랜드화, 고급화까지 이뤄진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굉장히 적절한 마케팅과 홍보가 이뤄지고 있다. 고급스러우면서도 한 편으론 보편적이고 유쾌한 느낌도 가지고 있고 말이죠.
정윤하 칼럼: 성인용품 회사마다 발매하는 제품의 컨셉은 다르니까요. 때문에 저희도 적절한 비율로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죠.
이우람 기자: 취재나 콘텐츠로 다루기 위해 왔던 많은 미디어는 어떤 걸 원했죠?
정윤하 칼럼: 일단 이색적인 콘텐츠로 제격이니까요. 성인용품이나 성문화는 국내에서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으니까, 주류 미디어가 봤을 땐 굉장히 이색적이죠. 이색적인 소재는 콘텐츠화가 쉽잖아요.
이우람 기자: 그렇죠(웃음).
정윤하 칼럼: 여기에 저희가 앞서서 계속 말하던 ‘트렌드’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젊은 친구들을 중심으로 문화가 빠른 속도로 커나가고 있으니까, 미디어에서도 놓치긴 아까운 거죠. 실제로 바나나몰의 예로 보면, 젊은 친구들의 물품 수요가 굉장히 늘고 있어요.
이우람 기자: 미디어는 그런 냄새를 잘 맡죠(웃음).
<③에서 계속>
이우람 기자
MHN 문화뉴스 편집장
MAFO FM 100.7 Mhz ‘#이우람의 트렌드피디쇼’ 진행자, DJ
정윤하 칼럼니스트
㈜옐로우노벌티스 성인용품점 바나나몰 기획팀
前 SPOTV NEWS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