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찐 정력가는 없다’, ‘마른 장작이 오래 탄다’는 말은 마른 남성이 뚱 뚱한 남성보다 정력이 강하다는 의미의 속설이다. 의학적으로 특정 체형에 따라 남성의 성기능이 좋고 나쁨을 증명할 길은 없다. 하지만 비만 증세를 보이는 남성이 그렇지 않은 일반 남성 보다 성기능 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보다 높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복부비만은 발기부전을 야기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실제로 최근 한 국내 연구팀이 혈압과 혈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허리둘레에 대해 각각 발기부전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허리둘레가 큰 경우 발기부전 위험도가 가장 높은 2.9배로 드러났다. 또 다른 연구조사에서는 발기부전 환자의 85%가 복부비만이며 이들의 체질량 지수는 29~30으로 과체중임이 확인됐다.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 원장(연세크라운비뇨기과)은 “심한 비만은 혈액순환 장애를 가져와 발기 시 음경으로 가는 혈액의 유입을 방해하여 발기부전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 복부비만이 심각한 남성들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감소되어 발기 장애와 함께 성욕저하까지 초래한다. 이 때문에 30, 40대 젊은 발기부전 환자들은 60, 70대 노인과 유사한 성호르몬 감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살찐 남성의 비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복부에 쌓인 지방 덩어리로 인해 성기가 파묻히는 ‘함몰음경’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발기된 상태에서도 돌출 되지 않아 성관계 시 큰 지장을 가져온다. 비만한 체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경이 왜소해 보이기 때문에 왜소 콤플렉스에 시달리며 자신감을 상실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기도 한다. 함몰음경은 하복부 비만 치료와 병행하여 수술로 교정이 가능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근본 원인인 복부 비만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복부비만의 일반적인 원인으로는 흡연과 음주, 운동부족, 불규칙적인 식사, 그리고 과식, 스트레스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최근 고단백질, 고칼로리의 서구화된 식생활의 유행으로 복부비만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꾸준히 금연, 금주와 함께 식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복부비만을 해소하고 발기부전 및 함몰음경을 예방하는 첫 번째 수칙이다. 실제로 규칙적인 운동만으로도 발기부전이 호전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걷기와 뛰기, 줄넘기, 수영, 등산 등과 같은 유산소 운동이 몸에 특히 이롭다.
임헌관 비뇨기과 전문의는 “허리둘레가 36인치 이상이라면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여기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통해 복부비만을 해소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40대 이상 남성들은 갱년기 진행과 더불어 증세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으므로 정기적인 비뇨기계 검진을 통해 미리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면 혼자서 고민하기 보다는 반드시 이 분야에 숙련된 전문의의 도움을 받으면서 개인적 관리를 병행해나가는 것이 빠른 치료를 돕는 지름길이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