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기능에는 우리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자기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은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으며 정서나 감정상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혈압을 올려보겠다고 억지로 용을 쓴다고 해서 올라가지 않지만 화를 내면 쉽게 올라간다. 초조해하거나 화를 내면 소화가 잘 안되지만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지면 무엇을 먹든지 소화가 된다.
발기기능도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자기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마음을 굳게 먹는다고 발기가 더 잘되는 일은 없다. 잘해보겠다고 의도적으로 시도하면 오히려 더 안된다. 불안감은 성기능을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연히 발기 장애를 경험하면 다음에 또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실패에 대한 불안감을 갖는 경우가 있다. 불안해 하면 발기력이 제기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해 불안이 더 가중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죄책감이 들게 하는 성행위를 강요하면 불안감으로 성 반응의 표출이 방해받는다. 의식은 순응하고 싶어도 무의식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적 행위를 강요하는 것은 불안감을 조성하므로 지극히 파괴적이다. 여성은 마음에 없더라도, 설사 성적으로 흥분되지 않더라도 몸을 허락할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은 눈에 보이는 발기 현상이 없으면 안되기 때문에 훨씬 어렵다.
배우자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소망은 바람직하며 좋은 사랑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상대방의 만족에 집착해 자신의 성능력이나 성적 매력을 평가하려 들 경우 성 행위에 충분히 몸을 맡길 수 없고 불안감으로 발기부전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의 경우 불감증의 원인이 된다.
발기부전은 수년 전만 하더라도 심인성 발기부전으로 생각하였으나 심인성, 즉 마음의 병이라 할 수 있으며 결벽증 및 완벽주의자나 왜소음경소유자의 작은 남성 콤플렉스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했다. 최근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 기질적인 원인에 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러나 심인성 원인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심인성과 기질성을 동시에 병행 치료해야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