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텔레비전을 틀었더니
한 1960~1970년대에 만들어진 영화 같은 게 나오고 있더라고.
자막도 없지. 일본이었으니까.
내용은 단순했지.
한 여자가 있는데 아버지가 죽은 거야.
아버지는 죽을 때 화투 몇 장을 손에 쥐고 있었어.
화투패는 자신을 죽인 누군가를 상징하는 암호였지.
외동딸이 하나 있었는데
이 외동딸은 그 화투패를 보고 복수를 위해 칼을 갈지.
그냥 이런 복수극이라 보면 돼.
카메라 앵글이 굉장히 좋아. 실감나고 말이야.
1970년대에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어.
해당 움짤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다.
여자 주인공이 목욕을 하고 있는데,
사무라이들이 여자 주인공을 죽이러 온 거야.
여주가 이 계략을 간파하고, 욕탕 옆에 있던 칼을 잡으면서!
목욕탕을 박차고 나와 수십 명의 사무라이와 칼싸움을 벌여.
이 장면이 슬로우로 보여지면서 여주와 사무라이들의 싸움이 바로 시작되는데
표현을 굉장히 잘 했다.
일본 전통 가옥 마당,
내리고 있는 싸락눈,
바닥에 소복히 쌓인 하얀 눈,
알몸으로 칼을 들고 사무라이들을 베는 여주,
그리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수십 명의 사무라이,
터지는 피. 배경 음악과 카메라 앵글도 예술이지.
이 모든 박자가 다 맞아 떨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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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사실 하나 알려주자면,
훗날 이 영화는 세계적인 명장 쿠엔틴 타란티노가 오마주하게 된다.
바로 세계를 강타했던 영화 '킬 빌'에서 말이야...